28년전 오늘 3월 27일... 난 친구집에 있었다.
친구와 오후에 TV를 틀어놓고 놀고 있었는데, 프로야구라는 것을 한다고 하더군.
대머리 대통령이 나와서 아리랑볼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을 보고 제법인데 하며 봤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삼성 라이온즈와 MBC 청룡의 경기는 시작되었고, 1회초 라이온즈 공격때 4번타자가 2루타를 쳐서 타점을 올리는 것도 봤다. 그 선수는 4,5회쯤인가 홈런도 치더군. 나중에 알고보니 프로야구 최초의 안타, 타점, 홈런의 주인공 이만수였다.
그때 처음 이만수를 알았던 것은 아니었다. 아마추어 대학야구 시절에 한국 vs. 미국의 대학야구 경기가 있었는데... 그때 한양대 포수였던 이만수의 활약이 뚜렷이 기억난다. 그 경기는 연장까지 가서 이종도의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마무리되었고, 극적인 경기 결과로 인해 한국 프로야구 흥행에 불꽃을 피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나 나름대로(?) 친분이 있던 이만수는 더욱 뚜렷이 각인이 되었고, 나중에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산다는 것을 알게되어서 더욱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이른바 팬이 된거지... 그냥 특별히 플레이가 마음에 든다거나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기 보다는... 이런 별 사소한 인연(?)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선수 자체를 좋아하는 경우가 되었는데... 어렸을때의 순수한 마음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니, 나의 어린 시절 스타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해 가을인가 이만수 선수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드디어 집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당시 그 아파트 단지에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몇 명 살고 있었는데, OB 투수 계형철, MBC 투수 유종겸, 그리고 김재박 선수의 경우는 바로 앞 동 같은 10층에 살았었다. 아마 모두 집에 찾아가서 사인이나 사진 등의 선물을 받았었는데... 이만수 선수의 집도 그렇게 찾아갔다.
물론 찾아간다고 선수들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아주 밤 늦게 가지 않는 한..) 사인 받으로 왔다고 하면 가족 등이 나와서 미리 준비된 사인지 등을 친절히 줬었는데.. 이만수 선수의 경우는 결혼한지 얼마 안된 부인께서 곱게 한복을 입고 (색깔은 노란색, 빨간색이었다) 나와서 사인 등을 잔뜩 줬었다.
꽤 나이가 먹은 다음에 또 알아낸 사실은.. 이만수 선수의 어머니와 우리 어머니가 같은 교회에서 권사로 봉사하고 계셨다는 거다. 우리 어머니가 이만수 선수의 어머니에게 내가 팬이라는 사실을 얘기드렸더니, 싸인볼을 받아다가 선물로 전해주셨던 적이 있다. 그때 내색은 안했지만 참 뿌듯하고 좋았었는데...
그 후 세월이 흘러서 나도 프로야구 자체에 크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고 이만수 선수도 나이 먹어가면서 점점 주전에서 밀리는 듯 하다가... 은퇴 문제로 삼성 구단과의 트러블이 있는 듯 하더니, 명예스럽지 못한 방출을 당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나름 구단의 최고 레전드를 이런식으로 팽개치는가 해서... 그 당시 화가 많이 났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삼성이란 구단이 프랜차이즈 스타를 제대로 대접 못하는 경우가 이번뿐이 아니었다. 특히 강기웅 선수 건은 지금도 안타깝다) 그 후 이만수 선수가 나름 조용히 미국 코치연수를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대학원 다닐때였던 것 같은데... 바쁜 와중에도 우연히 이만수 선수의 홈페이지(http://www.leemansoo.com/)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거기에 들어가서 이만수 선수에게 주저리주저리 메일을 보내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당신의 팬이었고, 사인 받은적도 있었고.. 등등..
그랬는데 정말 얼마 후에 그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 같은 아파트 살았다니 반갑고, 싸인볼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고... 앞으로도 라이온즈를 사랑해 달라고... 자기를 헌신짝처럼 버린 구단인데, 어디가서 싫은 소리 한번 하는걸 본적이 없는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가 이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파워인 듯 하다.
얼마 전에 시청한 무릎팍도사의 이만수 편에서 그간 사정을 알게되고 내가 그동안 어린 시절 스타를 잊고 살았구나 하는 소회가 들더군... 그 이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코치로 가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하게 된 얘기는 모두에게 알려진 이야기일테고...
국내 복귀시에 삼성 구단이 또 한번 배신 때린 이야기도 잘 알려져있을거다. 그때 또 충격을 받았겠지만... 결국 2007년 와이번스 코치로 국내에 복귀하면서 처음으로 대구 구장을 방문했을때... 관중석에서 쏟아져내리던 장미꽃송이는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다. 야구선수로 뛰면서 그렇게 가슴 벅차는 경험을 하기가 어디 쉬운일인가...
오늘 프로야구가 개막한다고 해서 지난 추억을 떠올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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